저자: 최준영 · 한국인
요약 보기
미국 관세 협상으로 스위스·대한민국 등이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약속하는 흐름 속에서 TSMC의 애리조나 투자(1,650억 달러 규모)를 점검. 1단계 팹 가동, 엔비디아 블랙웰 생산 시작, 최근 76%가 미국 고객 매출 등 긍정 요인과 인력 부족·인허가 지연·건설비 상승 등 난관을 함께 제시. 미국 AI 투자 지속 전망과 대만 내 토지·전력·인력 한계가 TSMC의 해외 확장 배경이라고 설명.
다듬은 글
네. 안녕하세요. 최준영입니다. 오늘은 미국 반도체와 애리조나 이야기를 좀 해 보려고 합니다. 그전에 이런 화분들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참 좋아지는데, 여러분도 집안에 작은 화분 하나씩 구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벨라가에서 주문하면 원하시는 문구도 넣을 수 있으니 한번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론에 앞서 스위스 이야기를 잠깐 해 보겠습니다. 대한민국이 미국과 팩트 시트를 발표한 이후 얼마 안 돼서 스위스도 관세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새로운 국제 룰이 됐습니다.
스위스는 리히텐슈타인과 묶어서 함께 협상을 했는데, 스위스는 미국에 최소 2,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나라가 3,500억 달러라고 했는데, 스위스도 2,000억 달러를 약속한 겁니다. 그리고 2026년, 바로 내년에는 최소 67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 대단합니다. 결국 미국의 관세 15%를 받으려면 최소 2,000억 달러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앞으로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거죠. 지난번 조지아주에서 벌어졌던 일 때문에 많은 분들이 미국 투자가 과연 제대로 될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도 궁금해져서 한 기업을 찾아봤습니다. 바로 TSMC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TSMC는 미국에 1,65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 1,000억 달러, 그 전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 650억 달러를 합친 금액입니다.
사실 TSMC가 처음부터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미국에 투자할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2021년에는 120억 달러 정도를 투자해서 팹 하나를 짓는 정도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10배가 넘는 규모로 커졌습니다. 지금 계획을 보면 팹 여섯 개가 들어가고, 후공정 패키징 라인과 R&D 설비도 들어갑니다. 더 무서운 건 이게 끝이 아니고 더 늘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겁니다. 정말 무모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우리 입장에서는 TSMC가 과연 잘 되고 있는지 한번 훑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도체 공장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계를 갖다 놓고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은 안 계시겠죠? 여러 장비부터 시작해서 무수히 많은 장비가 들어가고, 수많은 화학 약품과 가스도 필요합니다. 용수 사용량도 어마어마합니다. 참고로 대만에서는 가뭄이 들면 농지를 포기하고 농업용수를 TSMC에 돌려서 물을 공급하기도 합니다.
어떤 장비를 어디에 설치하고, 필요한 화학 물질과 가스, 용수 배관을 어떻게 까느냐는 엄청난 노하우입니다. 아무 곳에서나 쉽게 설치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더군다나 이런 막대한 투자는 돈이 계속 타 들어가기 때문에 일정을 맞추는 게 가장 핵심입니다. TSMC는 처음 결정할 때부터 속도전에 나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건설 초기에 투입된 관리 엔지니어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합니다. 보통 새벽 5시에 시작해서 밤 9시에 끝났다고 하고, 아무 데나 앉아서 등을 대면 바로 잠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반도체 팹 건설과 관련된 대만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해서 공사를 하고 있고, 현지 협력 업체 인력을 고용하면서 우리가 겪었던 문제를 똑같이 겪고 있습니다.
지금 약 6,000명 정도가 TSMC 팹 건설 노동자로 일하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12,000명 이상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1단계 공사가 완료돼서 지금은 칩을 생산하고 있고, 현재 3,000명 이상이 고용돼 일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작은 바이든 대통령 때였지만, 이제 자신의 업적으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미국 안에 있으니 당연히 미국 회사들이 고객이 되겠죠. 애플, 엔비디아 등이 고객인데,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블랙웰도 여기서 생산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TSMC가 공장을 짓는 곳은 애리조나주입니다. 캘리포니아 동쪽에 있는, 덥고 건조한 지역이죠. 이 지역에 지금 반도체 투자가 엄청나게 몰리고 있다는 점을 우리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화면에서 보시는 것처럼 2020년 이후 이 지역에 약속된 반도체 투자 규모는 미국 투자와 해외 투자를 모두 합해 2,100억 달러가 넘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 애리조나에 몰려 있고, 특히 피닉스 주변으로 많은 공장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일자리는 25,000개 이상, 반도체 업체는 600개 이상이 몰려들어 여러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화면에 보시는 것처럼 피닉스를 중심으로 여러 권역에 걸쳐 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피닉스 지역에는 TSMC의 협력사도 있고, 우리나라 에어리퀴드 같은 회사들도 공급 협력사로 들어와 작업하고 있습니다. 찬들러 지역에서는 인텔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인텔과 TSMC가 들어오고, 관련 협력사들까지 들어오다 보니 애리조나는 진정한 미국 반도체의 핵심 거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도에 찍어 보면 많은 지역에서 건설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모두 반도체 관련 기업들입니다. 미국의 힘이 이런 거구나 하고 실감이 납니다.
그럼 왜 실리콘밸리가 아니고 건조한 애리조나로 갔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단 애리조나는 반도체와 관련해서 완전히 새 땅은 아닙니다. 인텔이 1980년대부터 오코틀로에 팹을 짓고 반도체를 생산해 왔기 때문입니다. 반도체에 필요한 여러 장비와 원료 물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들이 이미 있으니, 애리조나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텔이 일찍이 이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셈이죠. 인텔이 있는 지역에 TSMC가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니,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이 지역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TSMC는 엔비디아의 블랙웰을 애리조나에서 만들기 시작했고, 이 밖에도 많은 기업이 애리조나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대만 기업 장춘그룹은 원래 TSMC에 고순도 화학 물질을 납품하던 업체인데, 현지에 공장을 완공하고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입니다. 공장을 지어서 나온 제품을 TSMC에 납품하려면, 똑같은 설비와 공정을 거치더라도 확인하고 검사하는 데 길면 1년 이상 걸린다고 하니 참 어려운 과정입니다.
TSMC는 미국 내에서 필요한 칩을 미국 내에서 공급하는 비중을 점점 늘려 가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최첨단 칩 상당수를 대만이 아닌 애리조나에서 만들어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니, 협력 업체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만 업체 많은 곳이 미국에 가서 현지 기업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지아주에서 본 것처럼 이게 그리 쉽게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애리조나에서도 인력 부족이 고질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대만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건 인허가 절차가 너무 길다는 점입니다. 대만에서는 전력 설비와 관련한 협의나 검사가 짧으면 하루 이틀, 길어도 일주일이면 끝나는데, 애리조나에서는 자그마치 3개월 이상 걸리고, 하나하나 다 설명해 가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공급망과 관련해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많습니다.
그래서 TSMC와 협력 업체들은 애리조나의 각 카운티 같은 지역을 찾아가 설명하면서, 조례를 만드는 작업까지 병행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이 필요하고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빨리 진행하려면 이런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개인 지도까지 해 가면서 진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조항들을 하나하나 합해 보니 18,000개 이상을 바꿨다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건설 엔지니어와 반도체 전문가만 필요할 것 같지만, 법률 전문가까지 대규모로 동원돼야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문제가 걸리다 보니, 처음에 야심차게 시작했던 LCY케미컬이나 솔베이 같은 기업은 투자 중단이나 재점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건설을 주도하고 있는 UIS 같은 기업도 계약 당시보다 건설비가 너무 치솟아서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TSMC에는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바로 독점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파운드리를 독점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습니다. 최근 TSMC는 5나노 이하 첨단 공정 고객에게 가격 인상을 통보했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비싸진 만큼 고객에게 전가해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도 최근 평택에서 중단했던 팹 건설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고, 주요 고객에게 메모리 가격을 최대 60%까지 인상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니 그 비용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독과점 기업의 힘을 TSMC와 삼성전자가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TSMC는 많은 사람의 우려를 딛고 애리조나의 첫 번째 팹을 건설했고, 첨단칩인 플래그십 제품도 생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미국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3분기 실적을 보면 전체 매출의 76%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역대 최대라고 합니다. TSMC가 앞으로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하니, 설비 업체와 관련 장비 공급 업체의 주가까지 덩달아 뛰고 있습니다. 확실한 투자 의지가 확인되니, LCY케미컬이나 솔베이 같은 기업도 투자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은 AI와 관련해서 미친 듯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고, 이것이 2027년 이후까지 갈 거라는 판단으로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지금 반도체 투자를 이끌고 있는 곳은 미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에 투자되는 반도체 관련 투자는 어마어마할 것이고, 여기 필요한 인력과 장비도 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만 업체들도 초기의 소극적이고 두려운 태도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는 TSMC 말고도 인텔, 마이크론,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많은 업체가 반도체 생산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미국 고객을 우리의 고객으로 잡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부러운 점은 대만 업체들끼리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겁니다. 먼저 진출해서 설비를 지어 놓았지만 아직 풀캐파로 가동하지 못하는 업체가 있으면, 다른 업체가 그 회사의 남는 공간을 활용해 장비를 적치하거나 보관하는 식으로 협력하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만 업체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자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려는 나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단순히 반도체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반도체를 만드는 1년의 과정 전체를 알려주는 일을 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있습니다. 반도체 공급망 플랫폼을 구축하는 작업을 애리조나에서 연습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적극적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150억 달러 같은 협력 업체 투자까지 합하면 2,000억 달러가 넘을 것 같은 이 막대한 투자가 과연 성공할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대만 입장에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안 하면 망합니다. 대만 내부에서도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여러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째, 땅이 부족합니다. 더 확장할 곳이 없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둘째, 제가 여러 번 말씀드린 것처럼 전력 문제가 계속 나옵니다. 원전 발전소는 문을 닫고 있고, 해상 풍력으로 TSMC가 쓰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셋째, 사람이 없습니다. 인력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TSMC 급여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 반도체 업계 전체로 보면 일에 비해 급여가 낮다는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힘들고 어렵고 지겨운 라인 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만 입장에서는 언제까지나 대만이 안정적이고 포근한 보자기일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면 적극적으로 가서 성공하겠다는 겁니다. 쪼그라드는 대만에서 함께 쪼그라들기보다, 다른 지역에 공격적으로 거점을 확보해서 이익을 내고 새로운 확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거죠.
잘되면 좋겠지만, 2,00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돈을 감당할 수 있을지, 성과가 제대로 날지가 관건입니다. 어떻게 보면 대만의 운명이 애리조나의 이 건조한 땅에 걸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만이 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돼야 합니다. 대만 반도체 부문은 우리의 라이벌이자, 우리가 지금 따라가야 할 앞서 가는 경쟁자입니다. TSMC가 하는 활동을 잘 지켜보면서 협력할 건 협력하고, 배울 건 배우고, 이용할 건 이용하면서 우리의 대미 투자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오늘은 애리조나에 쏟아지는 돈벼락,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떨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새로운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