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솔로몬머니랩진행자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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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년물 금리가 5.2%대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르며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 연준의 25bp 인상, 근원물가 안정에도 유가·강한 경기·국채 공급 부담이 장기금리를 밀어올렸다. 주식은 이익 증가율이 금리보다 빠른지, 부채 구조(변동금리), 업종 특성(은행·에너지 유리, 유틸리티 불리)에 따라 차별화될 수 있다. 개별 종목에 대한 명시적 방향 예측은 없고, 10월 CPI·연준회의·유가가 향후 금리 방향의 변수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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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금리가 결국 19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숫자 하나가 시장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고 있어요. 10년물 금리가 5.2%를 넘어서면서 2007년 이후 처음 보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이제 미국 국채를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면 연 5%가 넘는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죠. 그러다 보니 변동성이 큰 주식을 계속 들고 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투자자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금리 충격 앞에서도 모든 주식이 똑같이 흔들린 건 아니었습니다. 충격을 받은 직후 열린 코스피에서는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상승했고, 반대로 SK하이닉스는 밀렸거든요.
시장에서는 10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55%에서 71%까지 높여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주식은 과연 괜찮을까요? 금리는 왜 여기까지 치솟았는지, 어떤 종목은 버텨냈고 어떤 종목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는지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그 기준을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흔들리는 곳은 사실 주식 시장이 아니라 채권 시장입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시소처럼 정반대로 움직이거든요. 예를 들어 지난해 연 4% 이자를 주는 국채를 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올해 새로 발행되는 국채가 연 5% 이자를 준다면, 굳이 4%짜리 기존 국채를 제값에 살 사람은 없겠죠. 결국 기존 국채를 팔려면 이자 차이만큼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겁니다. 여기에 만기가 길다면 가격을 더 크게 낮춰야 하는데요. 새 국채보다 1%포인트 낮은 이자를 20년, 30년 동안 받아야 하니 그 손해가 가격에 한꺼번에 반영되는 거예요.
이 원리가 실제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는 미국 최대 장기채 ETF인 TLT를 보면 한눈에 확인됩니다. TLT는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 국채만 담은 상품인데, 2020년 171달러를 넘었던 가격이 9월 23일에는 80.46달러까지 밀렸습니다.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종가로, 가격만 놓고 보면 고점 대비 절반 이상이 사라진 셈이죠.
국내 투자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9월 23일 기준으로 국내에 상장된 미국 30년 국채 ETF 14개는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이 -11.74%를 기록했고, 한국 금리까지 함께 오르면서 한국 30년 국채 ETF 여섯 개는 평균 -32.92%까지 떨어졌습니다. 안전 자산이라는 이유로 장기채를 선택한 투자자일수록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떠안은 셈이죠.
이쯤에서 많은 투자자가 한 가지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채권이 안전 자산이라는 말은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이야기이고, 그 사이 가격이 얼마나 크게 흔들릴지는 결국 금리가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채권 가격을 여기까지 끌어내린 금리는 왜 하필 지금 다시 치솟기 시작한 걸까요? 가장 직접적인 방아쇠는 9월 16일 미국 연준의 결정이었습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4.25~4.5%구간으로 끌어올렸는데요. 기준금리는 미국에서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모든 금리의 출발점이 되는 기준입니다. 금리를 올린 건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었고, 투표에 참여한 12명 전원이 찬성했습니다. 불과 반년 전인 올해 3월만 해도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 인하를 예상했으니 정책 방향이 완전히 뒤집힌 셈이죠.
이처럼 급하게 방향을 바꾼 이유는 결국 물가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4% 올라 연준 목표인 2%를 여전히 크게 웃돌았거든요. 특히 휘발유 가격이 1년 새 27.4%나 뛰면서 8월 물가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홀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에너지와 식품처럼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2.4%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죠. 물가의 바탕은 오히려 안정되는 흐름이었는데도 연준은 금리 인상 버튼을 눌렀습니다. 워시 연준 의장은 그 이유를 물가가 너무 높았고 그 상태가 너무 오래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기름값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이 다른 상품 가격과 임금으로 번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번 인상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연준 위원 19명이 앞으로 적절한 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하는 점도표에서, 16명이 연말까지 최소 한 차례는 더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판단했거든요. 대출이자도, 예금이자도, 채권 금리도 결국 이 기준금리를 발판으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추가 인상 신호는 돈을 빌리는 비용이 더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죠.
그런데 금리 인상이 발표된 바로 그날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펼쳐졌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발표 직후 5.04%까지 치솟았다가 오히려 4.96%대로 내려왔는데요. 그런데 불과 일주일 뒤, 지금의 수준까지 다시 단숨에 뛰어올랐습니다. 연준의 결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또 다른 힘이 장기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었다는 뜻이죠.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요?
첫 번째 힘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던 미국 경기입니다. 9월 23일 발표된 S&P 글로벌의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8.4를 기록했는데요.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에게 경기 상황을 직접 물어보게 하는 지수로,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58.4는 2021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죠. 경기가 이 정도로 뜨거우면 연준이 금리를 내릴 명분도 그만큼 약해집니다. 높은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시장이 보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
두 번째 힘은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유가입니다. 9월 24일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106달러를 넘어섰고, 기업들이 사들이는 원자재와 부품 가격도 약 4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었거든요. 10년짜리 국채를 사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물가가 계속 오른다면 받게 될 이자의 실제 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 손해를 미리 보전할 만큼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되는 거죠.
세 번째 힘은 국채를 발행하는 미국 정부에서 나왔습니다. 미 의회 예산처 추정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 첫 11개월 동안 쌓인 재정적자는 2조 달러를 기록하며, 이미 2025 회계연도 전체 적자를 넘어섰는데요. 정부는 부족한 재정을 국채 발행으로 메우기 때문에 적자가 커질수록 시장에 쏟아지는 국채도 함께 늘어납니다. 문제는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죠. 9월 23일 실시된 700억 달러 규모의 5년물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은 2.1배로, 최근 평균인 2.33배를 밑돌았습니다. 응찰률은 국채 물량보다 사겠다고 들어온 자금이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정부는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국채를 팔 수 있습니다.
뜨거운 경기, 다시 오르는 유가, 그리고 늘어나는 국채 공급. 이 세 가지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기준금리 상단은 4%대인데도 10년물 국채 금리는 5%를 훌쩍 넘어선 겁니다. 10년 동안 돈을 묶어 두는 대가로 투자자들이 그만큼 더 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죠. 이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멈춘다고 해도 장기 금리가 곧바로 내려올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장기 금리가 이렇게 높은 수준에 머무는 동안 주식 시장은 어떤 계산서를 받아들게 될까요? 금리가 오르면 주식 시장이 받아드는 계산서는 크게 두 장입니다.
첫 번째는 투자의 비교 기준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이에요. 국채라는 확실한 대안이 연 5%대 이자를 내놓는 이상, 주식은 그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게 만들어야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거든요. 이 기대를 가장 간단하게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가가 1년 예상 이익의 몇 배에 거래되는지를 보는 거죠. 팩트셋 자료를 따르면 8월 초 미국 S&P 500 기업들의 주가는 앞으로 1년 예상 이익의 약 20배 수준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100원을 주고 주식을 사면 기업이 1년에 약 5원을 벌어 준다는 의미죠. 이는 연 5%대인 10년물 국채와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가격이 오르내리는 위험을 감수하고도 국채보다 더 받을 몫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이야기예요.
두 번째 계산서는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입니다. 돈을 빌려 사업을 키운 기업일수록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그만큼 손에 남는 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죠.
이 두 장의 계산서만 놓고 보면 주식은 버티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 기업들의 성적표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는데요.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기업들의 2분기 이익은 1년 전보다 50.4%나 늘었습니다. 이익 증가를 이끈 알파벳과 아마존을 제외하고 계산해도 증가율은 32%로, 두 분기 연속 25%를 웃도는 성장세가 이어졌어요.
더 눈에 띄는 건 앞으로의 전망이었습니다. 보통 분기가 시작되고 두 달 정도 지나면 애널리스트들은 이익 전망치를 낮추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 20년 평균으로는 3.1%를 내려잡았거든요. 그런데 올해 3분기 전망은 같은 기간 오히려 1.2% 올라갔습니다. 금리가 오르는 속도보다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던 셈이죠.
여기서 "내 주식은 괜찮을까?"에 대한 첫 번째 기준이 나옵니다. 금리가 얼마나 올랐는지가 아니라, 내가 보유한 기업의 이익이 금리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느냐가 먼저라는 겁니다. 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면 이익의 20배라는 가격도 부담이 덜하지만, 이익이 제자리걸음이라면 같은 20배도 국채보다 불리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죠. 다만 이 수치는 S&P 500 전체 평균이라 이익 증가가 일부 대형 기업에 집중됐다는 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익이 늘고 있는데도 금리 충격에 유독 크게 흔들리는 주식은 어떤 종목들일까요? 대체로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익이 먼 미래에 몰려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10년 뒤 받을 100원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금리가 연 3%일 때 이 돈의 현재 가치는 약 74원이지만, 금리가 5%로 오르면 약 61원으로 줄어드는데요. 금리가 2%포인트만 올라가도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약 16분의 1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죠. 지금 버는 돈은 많지 않고 10년 뒤 이익을 약속하는 기업일수록, 금리가 오르면 주가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가치가 더 크게 깎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대형 기술주와 아직 미래 성장만 기대하는 기업이 같은 기술주인데도 다르게 움직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빚, 그중에서도 금리를 따라 이자가 바뀌는 변동금리 대출입니다. 미국 중소형주 2,000개를 담은 러셀 2000 지수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러셀 2000 기업들이 보유한 부채의 약 40%가 변동금리라는 분석이 나올 만큼, 시장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도 곧바로 커지는 구조거든요. 실제로 러셀 2000은 8월 중순 이후 7.3% 하락하며 6월 1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렸습니다. S&P 500보다 5주 연속 수익률이 뒤처졌고, 대표 ETF에서는 단 1주일 만에 33억 달러가 빠져나가 올해 두 번째로 큰 자금 유출을 기록했죠.
그래서 두 번째 기준은 이익이 언제 들어오는지, 그리고 빚이 어떤 구조인지입니다. 이익이 지금 꾸준히 들어오고 빚이 적거나 고정금리라면 금리 충격을 버틸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반대라면 같은 금리 환경에서도 주가는 훨씬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기업 사업보고서의 이자 비용과 차입금 항목만 봐도 숫자로 확인할 수 있어요.
다만 중소형주가 항상 약한 것은 아닙니다. 한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는 러셀 2000이 약 12% 오르는 동안 S&P 500은 약 4% 내렸는데요. 금리가 안정되는 국면에서는 같은 구조가 오히려 더 큰 반등의 힘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금리가 오를수록 오히려 웃는 업종도 있을까요?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은행입니다. 은행은 예금 이자보다 대출에서 받는 이자를 더 높게 받아 그 차이로 수익을 내는데요.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가 예금 이자보다 먼저, 그리고 더 크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이자 차이가 벌어지기 쉽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기준금리보다 장기 금리가 더 크게 뛰는 구간에서는, 짧게 자금을 조달해 길게 운용하는 은행의 수익 구조가 훨씬 유리해지죠. 한국은행도 8월 27일 기준금리를 3%로 올리며 두 달 연속 인상에 나섰고, 국내 은행주가 금리 인상 소식에 오히려 힘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은행이 금리 상승을 항상 반기는 것은 아닙니다. 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는데, 국내 가계부채는 이미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어섰어요. 게다가 2023년 3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저금리 시절 사들였던 장기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무너지기도 했고요.
두 번째로 웃는 업종은 에너지입니다. 이 업종은 금리보다 유가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요. 팩트셋에 따르면 7월과 8월 두 달 동안 3분기 이익 전망이 가장 크게 올라간 업종이 바로 에너지였습니다. 무려 11.8% 상향됐죠. 반면 같은 두 달 동안 화학과 철강처럼 원자재를 가공하는 소재 업종은 이익 전망이 9.1% 낮아졌습니다. 같은 경기 흐름 속에서도 업종마다 계산법이 완전히 달랐던 셈이죠.
반대로 금리 앞에서 표정이 가장 어두운 쪽은 전기와 가스 같은 유틸리티 업종입니다. 이 업종은 꾸준한 배당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테이트 스트리트 분석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이 2.8% 수준이라 연 5%대 국채 금리와 비교하면 상대적인 매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세 번째 기준은 업종이 어떤 구조로 돈을 버느냐입니다. 금리가 오를수록 함께 더 버는 구조인지, 아니면 국채 이자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구조인지에 따라, 같은 금리 인상 소식도 누군가에게는 호재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재가 되는 거죠.
그렇다면 지금은 주식 비중을 줄이고 연 5%대 국채로 옮기는 선택이 더 나은 걸까요? 실제로 이런 선택을 하는 개인 투자자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개인의 미국 국채 순매수는 7월 약 8,900만 달러에서 8월 약 9억 1,900만 달러로, 불과 한 달 만에 10배 넘게 늘어났는데요. 9월에는 18일까지만 약 9억 9,2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이미 8월 한 달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지금의 높은 금리를 만기까지 확정해 두려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거죠.
만기까지 보유하면 약속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선택에도 분명한 논리는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많은 사람이 놓치기 쉬운 함정이 하나 숨어 있어요. 미국 국채가 약속하는 연 5%대 이자는 어디까지나 달러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1만 달러어치 미국 국채를 원·달러 환율이 1,492원이던 3월 24일에 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원화로는 약 1,492만 원을 투자한 셈인데, 환율이 1,359원까지 내려온 9월 3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원화 가치는 약 1,359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채권 가격이 그대로라고 해도 환율 하나만으로 약 133만 원이 사라지는 거죠. 1만 달러의 연 5% 이자를 받으면 1년에 500달러, 원화로 약 68만 원 정도인데, 환율이 한 번 움직인 것만으로 2년 치 이자가 날아가는 셈입니다.
실제 상품 성적도 이 차이를 그대로 보여 주는데요. 같은 운용사가 같은 구조로 만든 미국 30년 국채 ETF라도, 최근 6개월 동안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된 상품은 -13.45%를 기록한 반면, 환율 위험을 헤지해 둔 상품은 -6.43%에 그쳤습니다. 여기에 만기 전에 팔아야 하는 상황까지 생긴다면, 추가 금리 인상 소식 하나에도 채권 가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부담이 남고요.
결국 주식을 줄이고 국채로 옮기는 선택도 위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위험으로 옮겨 가는 선택에 더 가깝습니다. 만기까지 쓸 일이 없는 돈인지, 환율이 크게 움직여도 버틸 수 있는지에 따라 같은 연 5%대 이자도 전혀 다른 결과로 돌아올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주식이든 국채든 결국 승부를 가르는 건 금리의 방향일 텐데, 앞으로 금리 흐름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무엇일까요?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 번째는 10월 14일에 발표되는 9월 소비자물가입니다. 휘발유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까지 번졌는지가 이 숫자에서 드러나거든요. 근원 물가가 지금처럼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추가 금리 인상의 명분은 약해질 수 있고, 반대로 다시 뛰어오른다면 10월 27일과 28일 열리는 연준 회의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에 다시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변수는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는 유가입니다. JP모건 전략가들은 배럴당 120달러까지는 미국 경제가 버틸 수 있지만 시장에는 부담이 커질 수 있고, 140달러를 넘어선다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결국 유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금리를 밀어올리는 힘의 크기도 달라질 수 있는 거죠.
세 번째는 과거 시장이 보여준 경험입니다. 2023년에도 10년물 국채 금리는 10월 말 4% 아래에서 10월 19일 약 5%까지 빠르게 치솟았는데요. 연준 분석에 따르면 당시 금리 급등도 장기 국채를 오래 보유하는 대가로 요구한 프리미엄이 커진 영향이 컸습니다. 그 사이 S&P 500은 약 10% 밀렸지만, 연말에는 금리가 3.9% 안팎까지 1%포인트 넘게 내려오면서 11월 한 달에만 약 9% 반등했죠.
다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분명히 다릅니다. 당시에는 물가가 점차 식어가던 국면이었지만 지금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다시 시작한 시기이기 때문에, 같은 흐름이 반복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시나리오는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요. 경기가 강해서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이익이 금리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버틸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대로 유가 때문에 금리가 더 오른다면, 빚이 많고 이익이 먼 미래에 몰려 있는 기업, 그리고 국채 이자와 경쟁해야 하는 업종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죠. 반대로 물가가 꺾이면서 금리가 내려온다면, 그동안 눌려 있던 장기채와 중소형주가 먼저 숨을 돌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변수 속에서 내 주식이 괜찮은지를 최종적으로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결국 내 주식이 괜찮은지를 가르는 건 금리가 몇 %까지 올랐느냐가 아니었습니다. 금리가 왜 오르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금리 앞에서 내 주식이 어떤 구조를 갖고 있는지가 더 중요했죠. 이익이 금리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지, 이익이 지금 들어오고 빚의 부담은 가벼운지, 금리가 오를 때 오히려 더 버는 업종인지. 이 세 가지에 가까울수록 같은 금리 충격도 견딜 여력이 커지고, 멀어질수록 작은 소식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다만 10월 물가와 연준 회의, 그리고 유가에 따라 금리의 방향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어서, 지금의 기준이 앞으로도 똑같이 들어맞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내용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금리와 주식의 관계를 설명한 것이고, 개인의 재무 상황과 투자 기간에 따라 결과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어요.
금리 숫자가 크게 흔들리는 날일수록 숫자 자체보다, 내 주식이 어떤 구조 위에 서 있는지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 19년 만의 고금리 앞에서 가장 먼저 붙잡아 볼 수 있는 기준은 바로 그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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